엄마가 독일에 오시게 되면 독일 이외 몇 유럽 국가를 여행할 계획들을 세웠었다. 여행에서 바다가 빠지면 왠지 김 빠진 콜라 느낌 같다고 생각했기에 해안 도시나 섬을 꼭 여행 계획에 포함시키고 싶었다. 유럽의 많은 해안 도시나 섬들을 찾아보던 중 그리스의 섬, 코르푸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당시 평소보다 뮌헨에서 출발하는 왕복 비행기 값이 200유로 이하로 저렴했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이유였다.
코르푸 여행 전에는 사실 코르푸라는 섬이 그리스에 있는지도 몰랐다. 알고보니 2007년에 구시가지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되어 있고 80년대에 007 영화 시리즈 중 하나인 <For your Eyes Only>도 촬영된 곳이었다. 다행히 엄마는 좋다고 하여서 코르푸로 그렇게 모녀 둘이 향하게 되었다.
엄마와 함께 가려고 한 다른 도시들 이를테면 빈, 잘츠부르크, 프라하 등은 예전에 가본 도시였기에 분위기, 치안 상태를 어느 정도 알고 있고 주요 관광지도 가 보았기에 여행 떠나기 전에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코르푸는 사전에 내가 여행 해본 적이 없기에 가기 전에 더 준비를 했었다. 관련 여행 책자도 한번 훑어보고, 인터넷에서 현지인들에게 평점이 좋게 나온 괜찮은 식당들도 찾아보고 , 여행 계획표도 오전 및 오후로 짜서 나름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바다 여행 하자고 가서 현지에서 우왕좌왕하고 엄마를 고생시키면 안 되니까...
공항에서 내려서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였다. 숙소는 코르푸 시내의 골목길에 있는 B&B 형태의 숙소였는데 전반적으로 방 이외에 복도 및 리셉션, 아침 식사하는 곳 모두 청결했다. 리셉션 보는 사람도 친절하고 주인 도 친절하고 아침도 신선하고 맛있었다. 일반적인 아침식사 메뉴 이외에도 특히 그 직접 만든 꾸덕한 그리스 요구르트와 꿀, 견과류는 참 맛있었다. 여행 중에 엄마 입맛에 모든 음식이 안 맞고 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 그리스에서 먹은 음식들은 다 맛있고 괜찮다고 하셨다.
사진 몇 장도 함께 올려본다. 나 또한 그리스식 꼬치구이 외에도 담백한 샐러드 등도 무겁지 않고 잘 먹을 수 있었다.
부모님과 여행 시에는 중간중간에 카페 등에서 하는 휴식이 아닌 숙소에 돌아와 잠시라도 쉴 수 있는 휴식 시간을 꼭 끼워 넣는 것이 필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리한 일정 때문에 식사 시간이 늦어지거나 해서도 안된다는 것을 느꼈었다. 제한된 시간 속에 하나라도 더 보여드리는 게 우선이 아니고 그날의 체력 및 컨디션에 따라 어느 정도 스케줄 조절이 가능한 일정이 더 좋은 것 같다. 관광 명소에서 새로운 것을 느끼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일상을 잠시 벗어나 그냥 자식과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에 더 의미를 두시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숙소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팔레오카스트리차 Paleokastritsa 해변에 갔었다. 모래사장을 거닐다가 중형 모터보트 투어가 있어서 하였다. 팝 음악을 크게 틀고 통통통 해변 주변 곳곳을 약 20-30분 남짓 다니는 투어였다. 햇빛도 좋고 바람도 적당히 불고 음악도 신났다. 처음에는 음악이 씨끄럽다고 생각되었는데 음악이 없었다면 좀 심심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팔레오카스트리차 해변은 아름답기는 했지만 아주 딱히 새로운 것은 없는 해변 같았다. 하지만 해변 한 곳에는 배로 선착해야지만 올 수 있는 프라이빗 비치도 있었고 호텔과 연결된 프라이빗 비치도 있었다. 왠지 할리우드 배우들이 비밀 연애 시 올 것 만 같은 장소로 보였다.
Canal d'Amour 카날 드 아무르 라고도 불리는 시다리 Sidari 해변 은 참 아름다웠다. 여행 책자에서 본 손바닥 절반 만한 사진만으로도 매우 매혹적이어서 전체 여행 중에 제일 기대가 높았던 곳이기도 했다. 양 옆에 절벽으로 둘러 쌓여 있어서 파도가 세지 않고 어느 선까지는 물이 깊지 않아서 수영을 잘 못하는 사람일지라도 충분히 바다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나 또한 청록색 빛 물속에 들어가서 열을 식혔다.
비치파라솔 및 비치 타월을 모래사장에 깔고 선탠을 즐기는 이들도 많았다. 오전 시간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점심이 지나자 사람들이 많이 나타났다. 가족 단위 혹은 연인 단위 방문객이 주로 대부분이었다. 본격적 여름휴가 철에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라 분명하리라 생각되었다. 풍경이 참 아름다워서 오랫동안 햇볕 아래에서 시간을 보냈고 갈 때도 발이 잘 안 떨어지는 곳이었다. 해질 무렵 석양 및 밤에는 내가 본 모습과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질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 경관에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각종 작은 간이 상점들이 줄지어 만들어지고 물건 팔려는 이들로 시끌벅적했을 것이 분명했을 것이다. 하지만 찾아온 관광객들 혹 현지인들은 조용히 본인들의 시간을 즐기고 몇몇 어린이들이 종종 소리를 지르며 놀뿐이었다.
그 외에 코르푸 시내와 비교했을 때 주변 식당 수는 상당히 적은 편이며 주변 호텔에 딸린 식당 및 버스 역 근처 식당 들 정도가 있었다.
여행 마지막 날 방문한 곳은 아킬레이온 Achilleion이었다. 코르푸 시내에서 버스 타고 아킬레이온으로 오고 간 길도 멋있었던 것 같다. 이 곳은 오스트리아 황후 인 Elisabeth Amalie Eugenie, 엘리자베스 (애칭 Sisi 로도 잘 알려져 있음.)의 여름 별장 용으로 지어졌으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테마는 그리스 신화의 아킬레스다.
엘리자베스는 1861년부터 1877년까지 이 아킬레이온 여름 별장을 방문했다고 한다. 1898년 제네바에서 엘리자베스 황후가 암살된 이후 1907년 독일 카이저 빌헬름 2세가 이 여름 별장을 샀다고 한다. 그는 1908년부터 1914년까지 6번 부활절 휴가를 이곳에서 보냈고 총 160일 이상을 머물렀다고 한다.
내부는 물론이고 별장의 안뜰은 잘 가꾸어져 있고 아킬레스의 동상도 있었다. 테라스에서는 나무 사이로 멀리 바다가 보였는데 풍경이 멋있었으며 조용했다. 이런 곳에 살면 걱정거리도 없고 예술적 영감이 샘솟을 것 같았다. 오스트리아 엘리자베스 황후 및 독일 황제 카이저 빌헬름 2세 가 머리를 식히려 이곳으로 여러 차례 휴가를 보낸 것이 이해가 갔다.
후에 세계 일차 대전 중에는 프랑스와 세르비아에 의해 군사병원으로 사용되었고 전쟁 후에는 그리스 소유로 반환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여행을 마치고 비행기에 몸을 앉혀 무사히 독일로 돌아왔었다. 엄마는 그리스 코르푸 여행 동안 인상적이었던 것은 독일 사람들에 비해 쾌활하고 낙천적인 모습인 그들의 모습이었다고 하셨다. 저녁마다 코르푸 시내를 거닐면 노천 식당 및 카페, 바에 앉아서 웃으며 담소하는 현지 그리스인들을 매일 볼 수 있었는데 그 광경을 재밌어하셨다. 또한 내가 느끼기에 상점, 식당 및 택시 기사들 이외에도 길에서 만나는 이들도 친철했다. 아마도 기후와 날씨 영향 이외에도 인구 대부분이 아마도 관광업과 종사하고 있기에 그것들이 기질에 반영되었지 않을까 싶다.
그리스에서 돌아와서 독일에서도 종종 엄마는 그 사이에 다녀온 다른 여행지 및 독일과 그리스 코르푸와 비교하셨다. 이 정도면 떠나기 전에 이래 저래 잔 걱정이 많았던 모녀의 첫 해외여행은 무사히 재밌게 잘 성공적으로 다녀온 셈이다.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르지만 다음에 모녀간 여행을 하게 된다면 바다는 여행 일정에 다시 꼭 넣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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